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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보호자들에게 더 추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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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교 재학시절 어느 겨울날 아침,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급하게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어스름한 저녁에 병원에 도착,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힘들게 숨을 이어가고 있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눈 조차 뜨지 못하고 있었고, 손을 잡았을 때 예전 나의 손을 힘껏 잡아주시던 반응이 없음을 느끼고 아버지의 예후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 해왔습니다.
 

이날 늦은 저녁, 보호자들이 머무는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을 찾아가니 재해 대피소와 같은 느낌의 좁은 공간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는 중환자보호자들이 있었습니다. 나도 빈 공간을 찾아 누웠으나 어색함과 불안감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을 나와 둘러 보니 주변 의자에 누워 쪽잠을 자고 있는 몇몇 보호자들이 있었습니다. 나도 병원 화장실에서 두루마기 화장지 한롤을 가져와 베게로 삼고 겨울 점퍼를 이불 삼아 중환자실 복도 옆의 의자에서 중환자 보호자로서의 첫날 밤을 보냈습니다. 그것이 내가 겪은 중환자실 환자 보호자의 첫 번째 경험입니다.
 

이 후 한 달 가량을 온 가족이 힘들게 중환자 보호자 생활을 했고 결국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몇 개월 동안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정신 없는 의과대학 시절을 지냈고, 신경외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신경외과의 특성상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중환자 보호자들과의 만남도 많고, 그들의 생활을 매일 마주하였습니다. 대학병원의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도 학생시절에 내가 경험했었던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채광도 충분히 되지 않은 공간안에서 생활하는 보호자들은 여전히 정신적, 신체적 위안을 받기에 한 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15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 중환자실 앞 복도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의료 서비스의 개념이 병으로 치료중인 환자에게만 집중되어 있음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국가의 부족한 의료재정으로 인하여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들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음이 두 번째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중환자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한 의료적 치료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정서적, 신체적 안정과 위로가 꼭 필요합니다.
 

가족 중 한 명의 중환자실 입원은 가족의 붕괴, 같이 저녁식사를 하던 가족들이 한 밥상 앞에 모이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므로 우리는 그들의 불안감, 절망감, 불행감을 이해하고 그것까지도 치료해 줘야 합니다.
 

그 들의 친척으로서 이웃으로서 그들에게 희망과 따뜻한 위로가 되어야 하고, 그들의 이성적 판단이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그들에게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주치의인 나는 그들이 나만을 믿고 있음을 알기에 그들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돼야 합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그들까지도 따뜻하게 안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더 춥게 느껴질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 밥상에 다시 웃으며 모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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